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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 <1>  파주 심학산 약천사(藥泉寺)

입력 : 2020-01-28 03:03:13
수정 : 2020-07-01 08:43:26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 <1> 

 

파주 심학산 약천사(藥泉寺)

 

 

13미터 높이로 조성한 남북통일약사여래대불 

 

 

 

▲ 약천사의 영산재 (제공 : 이호준)

 

파주 심학산에는 약천사가 있다. 교하 신도시에서 가깝고 심학산 둘레길 변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절이다. 이 절의 역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회주 허정스님과 현 주지인 수안(修岸)스님.

약천사를 세운이가 허정스님이고 그의 제자로 20년간 법통을 지켜온 수안스님이 작년 10월 주지로 부임했다. 허정스님의 지극한 원력과 기도의 힘으로 지금의 번듯한 사찰이 조성되었고 수안 현 주지스님이 바통을 이어받아 사찰의 진정한 소임완수를 위해 애쓰고 계신다.

 

 

 회주 허정스님의 사자같은 법문
 

허정스님은 작년까지 주지로 계시면서 보잘 것 없던 절을 일으켜 세웠다. 2004년에 지장보살의 원력을 이루기 위해 연면적 400여 평의 3층 지장보전(地藏寶殿)을 지어 올려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봉안했으며 2008년도 10월에는 약천사 대웅전 앞에 높이 13미터의 거대한 남북통일약사여래대불(南北統一藥師如來大佛)을 조성했다. 大佛은 몸과 마음의 질병을 씻어준다는 약천(藥泉)의 심벌로, 멀리서 보면 위풍당당하고 가까이 다가가 올려다보면 포근한 미소가 여운을 남긴다. 불상 조각가 이진형씨 작품이다.

 

고려시대 절터에 1932년 법성사로 중창된 약천사는, 1995년 사찰 명을 지장보살을 상징하는 약()과 예로부터 법당 앞에서 솟아나 질병을 치료해주던 약수(藥水) 샘을 의미하는 천()을 따서 약천사(藥泉寺)로 개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경건하게 예불에 참여하는 신도가 들고있는 한글 경전

 

지금 수질은 고려시대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물맛이 좋고,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있어 서울지역에서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 주지 수안스님은 문화콘텐츠로 포교를 대중에 다가가고자 한다. 

 

원래 사찰과 스님들의 대승적(大乘)적 존재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즉 위로는 열심히 수행 정진하여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교화하여 참된 지혜와 자비의 삶을 이끄는 것일 것이다. 수안스님과의 만남에서 그 말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어려운 상황을 불교의 가르침으로 해소하고 출가를 결심했다고 말한 수안스님은 불교진리가 자신에게 깨우침과 고통의 해소를 가져왔듯이 일반인들도 불교진리를 쉽고 편하게 찾아 행복하기를 바라는 대중포교에 방점을 두며 수행해 왔다20년간의 스님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해 준다.

 

쌍계사 소임시 사천에 있던 특공여단의 군 법당 지도법사,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산하 대학생 전법단 사무국장, 길상사 청년법회 지도법사, 백양사 포교국장, 광주에 소재한 관음사 수련원장, 전남대학교 불교 동아리 지도법사 등, 그의 주요이력에서 금방 드러나듯이 그는 그의 방법대로 불교진리를 세상사람 들에게 줄기차게 외쳐왔다.

 

불교진리가 거부감 없이 대중들에게 흘러가게 하려면 전달 장식을 고민해야 했다고 말한 수안스님은 그 답으로 문화콘텐츠를 찾았다. 문화콘텐츠 안에 불교를 담으면 비불자나 타 종교인들과도 거부감 없이 불교진리를 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표적인 행보는 광주 관음사 수련원장 재직 시 광주 동구에 그의 별자리 이름을 따서천칭자리란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든 일이다. 불교 냄새를 없애고 대중적인 이름을 선택했다. 여기에서 그는 신명나게 3년간 대중포교 활동을 펼쳤다.

 

▲ 부처님 오신날 펼쳐진 문화공연 (제공 이호준)

 

시 낭송회,음악회, 북 콘서트, 영화로 만나는 인문학 등 여러 다양한 문화컨텐츠 프로그램을 돌렸다. 예를 들어 영화 인문학 프로그램은 한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비평가적 시각과 불교적 시각을 대비해서 비교하게 하는 방법 등으로 소통을 통해 부담 없이 불교지혜를 전했다.

불교방송에 출연해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며 우리말 반야심경을 노랫말로 만들어 부르기도 한 그는 노래하는 수행자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그동안 불교 가르침을 테마로 10편의 음악을 작사했고 그중 4편은 직접 작곡까지 해 2014길을 떠나며란 제목의 음악앨범을 내기도 했다. 커피와 사진도 즐기는 그는 인터뷰 내내 날 포교대상으로 삼았는지 불교의 핵심진리를 거침없이 소통했다. 나 역시 관심이 가는 대목들이 있어 좀 아는 체를 하면 그걸 내가 꼼짝할 수 없는 진리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 그게 수안스님의 공력이었다. 그와 나눈 대화중 생각나는 것들은 불이(不二)-부처와 중생은 다르지 않다’, ’업보에 관한 이야기-좋은 업보(data)를 쌓아야 좋은 결과를 낳는다(자업자득)‘, ‘기도와 수행의 차이점’(기도는 염원의 행위, 수행은 이미 저지른 나쁜 업장을 소멸시키고 삭제하는 것),‘분별심이 갈등을 낳는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그물로 연결되어 있어(인드라망)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살고 있으므로 모든 문제의 전개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엄숙한 자기책임을 강조하는 깊은 울림들 이었다. 유쾌했다. 좀 더 불교의 진리에 가깝게 다가선 듯싶었다.

 

 

2019년 12월 동지 법회의 모습 

 

약천사는 일반 큰 절들이 하는 모든 소임은 거의 빠짐없이 다한다. 새벽예불, 사시불공, 저녁예불과 절기에 예약된 모든 행사와 법회 ,정기 기도회 외에 소외받은 계층을 위한 자비보시, 명찰순례, 방생 등 하루 24시간 365佛法의 자명종이 경 내외에 힘 있게 울려 퍼진다.

지난 22일 동지 기도회에 갔을 때 모인 신도들이 절과 기도를 드리는 모습들은 지극한 염원과 경건이었고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맑은 미소들은 약천사가 믿음이 차돌같이 단단한 신도들의 자발적 공력으로 차곡차곡 쌓여진 기도 도량임을 확인케 했다.

 

▲ 약천사 합창단이 부처님 전에 절하는 모습 

 

▲ 불교대학 졸업식 사진(제공 : 이호준)
 

여기에 약천사에는 초발심 자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불교입문을 위한 불교대학을 운영한다.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봄 학기와 가을 학기로 나누어 열리는 불교 강좌는 강의식에서 소통 식으로 수업방식이 일부 바뀌었고 불교문화를 활용한 단청체험도 교과 과정에 포함시켰다. 이 같이 불교대학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을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약천사는 문화콘텐츠 확장사업의 일환으로 새해를 맞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가동시킬 예정이다.

 

▲ 입정에 든 주시 수안스님 (제공 : 이호준)

   

차방 한편에 기타를 세워둔 수안스님은 기타 줄을 가볍게 튕기며 줄을 너무 느슨하게 하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너무 팽팽하게 하면 줄이 끊어지는 비유를 들어 중도보수 같은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중도(中道)는 보수와 진보의 결점들을 다 해소한 바른 도리인데 같이 쓰이는 게 말이 안된다치우치지 않는 도리인 중도를 갈등구조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의 처방약으로 제시했다. 기타 줄의 굵기가 다름으로 소리가 제대로 만들어 짐과 같이 너무 획일화 되고 있는 교육이나 주거 등 생활패턴들이 다양하게 분화되는 세상이 조화로운 세상이라고 믿는다.”고 상기된 얼굴표정을 짓는다.

 

진정한 기도의 성취는 바라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며 동요하지 않고, 사람이던 일이던 끝까지 사랑하는 힘을 갖는 것수안스님의 이 말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이 현실세계와, 염원을 담은 기도를 통해 소원성취를 바라는 신도들을 향한 그의 사랑이다.

 

절을 떠나며 받아든 사보(寺報) 약천을 펼치니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찍은 기러기 떼 사진과 새들아란 짧은 시가 눈에 띈다.

 

기러기 울음소리 머리 위로 비 되어 떨어진다.

살을 뚫고 뼈에 스민 울음 비에 마음이 시리다.

그래, 무거운 울음 나에게 다 쏟아버리고 가볍게 날아가라.“ ‘새들아全文

 

 

글 사진 김석종 기자 / 사진제공 이호준  

이호준씨는 현재 약천사 신도로 寺報 약천(藥泉)의 편집장 



약천사

경기도 파주시 교하로 681번길 118

전화 031-942-1252

 

 

#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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